얼마만의 새 글인지 모르겠지만... 본래 오래 쉬다가 하는 행위는 되도록 가벼운 몸풀기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 병자군의 오랜 신조입니다. 함량미달의, 주제가 어디 있는지 알아보기 힘든 난삽한 글이 되어 버린 감이 있지만, 이제는 좀 "쓰기"시작해야겠군요...^^ 병자군의 인생을 결정지은 주요한 작품 중의 하나라고 감히 얘기할 수 있는 "사우스파크"의 1999년도 극장판 "South Park - Bigger, Longer & Uncut"중에 보면 "Operation Human Shield"라는 작전이 나온다.
캐나다 코미디언 콤비 "테렌스와 필립"이 자신들의 자녀를 더러운 욕쟁이로 만든다고 생각한 PTA의 압력에 의해 미국은 캐나다와 전쟁을 선포하게 되고, 그 출정식에서 약 1/4를 차지하는 흑인 병사를 위해 마련된 이 작전은, 아래 이미지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.
이 에니메이션에서 흑인 병사들은 자신의 몸을 사용하여 탱크와 비행기를 보호해야 한다.
밑도끝도 없이 이 얘기를 꺼낸 이유는 지난 5월 30일 금요일 촛불시위 도중에 있었던 한 일이 갑자기 떠올라서다. 그날 문화제를 끝내고 거리행진을 시작한 시위대는 시청앞에서 경찰의 저지선에 가로막혀서 대치하게 되었다. 당시의 상황을 간단하게 도식화하면 아래 그림과 같다.
저녁 10시 20분경에서 새벽 1시 30분까지 이어진 이 대치국면은 다음날의 행사를 앞두고 시민 부상 등 불상사를 막고자 했던 주최측인 광우병대책협의회의 경찰측에 대한 끈질긴 협상과 시위대에 대한 설득으로 서서히 소강국면을 맞게 되었고, 이 과정에서 경찰병력의 전진에 맞추어 천천히 저지선을 후퇴시키던 예비군들도 시청앞 광장 쪽으로 물러서고, 그 흐름에 맞추어 시위대도 서서히 시청 쪽으로 이동하게 되었다.
이때 예비군저지선의 느슴해짐을 틈타 경찰은 일반차량들을 주행시켰으며 이 과정에서 미처 자리를 피하지 못한 시위대인원과 좌측 인도 가에서 시청광장 쪽으로 이동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차량과 순식간에 얽히며 상당히 위험한 순간이 연출되기 시작했다.
몇몇 시위대는 지나가던 민간인차량의 진로를 가로막으려고 도로로 뛰어들고, 또 다른 몇몇은 경찰의 이 어이없는 행동에 크게 분노하며 민간차량 틈에 끼여서 주행하던 경찰차 앞을 가로막고 항의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되었다.
그러나 상대는 어차피 민간인차량, 이 대치국면은 처음부터 시위대가 이길 수 없으며, 이겨서도 안되는 싸움이었다. 결국 좌측 인도쪽 시위대와 시청광장 쪽 시위대는 차량통행에 의해서 분리되게 되었고, 잠깐 담배한대 피우기 위해 대오에서 이탈해 좌측 인도에 서 있던 병자군은 다시 시청앞 광장으로 이동하지 못하고 그냥 발길을 집으로 향하게 되었다.
(아, 물론, 지하도로 차도를 건너서 이동하면 되는 상황이긴 했다. 이 상황에서 병자군이 집으로 발길을 돌린 이유는, 갑가지 갑자기 차를 보내서 못 건너갔다, 라는 얄팍한 핑계를 대고 있긴 하지만, 단지 피곤했고, 집에 가서 자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 때문이다.)
이 두서없는 글의 서두에서 얘기한 "Operation Humen Shield"는, 이 경우의 민간인 자동차에 대응하는 개념이라고 병자군은 생각한다. 아무리 경찰의 행동이 어이없는 짓이었다고 해도, 민간인 자동차를 상대로 시위대가 어떻게 할 수 없다는 점을 잘 이용한 전술로 판단된다는 것이다.
이 개념을 보다 넓게 적용한다면, 전경 뒤에 숨어서 말도 안 되는 선무방송이나 해 댔던 경찰서장 역시 전경들을 "인간방패"로 사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며, 이러한 식으로 개념을 점점 확장하면 최종 지점에는 이번 잘못된 협상의 책임자급, 더 나아가서 이명박 대통령까지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.
민노씨가 관련 포스트에서도 밝힌 바와 같이, 저 싸가지없는 전경"새끼"에 대한 엄중한 책임 추궁과는 별개로 그들 역시 이 빌어먹을 시스템의 희생자 중 하나라는 사실은 분명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. 서두에 얘기한 에니메이션에서, 그 '흑인'들이 말도 안 되는 이유를 가지고 캐나다를 침범하는 미국 군대의 최전방에 말도 안 되는 작전 때문에 서 있다고 해서, "역시 흑인 새뀌들은 더럽고 상종 못할 족속들이야" 라는 식으로 생각하는 것은,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 역시 '말도 안 되는' 오해일 뿐일 것이다.
사족 : 물론, 예의 "South Park - Bigger, Longer & Uncut"에서 흑인들은 앞에서 백인들의 총알받이가 되어 줄 것처럼 행동하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싹 비켜버리는 '정치적 올바름'을 보여주고 있기는 하다. 우리 경찰들도 그러한 '정치적 올바름'을 보여준다면 더 할 나위 없이 좋겠다고 개인적으로야 생각하지만... 혹 전경들 중에서 이러한 시위 진압작전의 참가를 거부하는 '양심선언자'는 아무도 없는 것인지, 갑자기 궁금해지기는 한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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